쓰고쓰기

허락된 취미 - 소니 a7m3

쓰고쓰기 2020. 11. 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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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이 깡패다”


디지털카메라(디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디카에서 가장 중요한 센서의 크기가 클수록 좋다는 이야기인데, 소프트웨어로 사진을 보정하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판형(센서) 크기에서 오는 차이를 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자연스럽게 풀프레임이라는 35mm 사이즈의 센서를 가진 디카를 써보고 싶다는 목표로 이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시절부터 이어져온 디카 생활에서 풀프레임 카메라는 너무 비쌌고 언젠가는 써보고 싶은 일종의 드림카와 같은 존재였다. (물론 드림카의 휠 가격도 안될 수 있지만 체감되는 정도는 비슷했다.)

 

전투형으로 정말 잘 썼던 올림푸스 e-m1

 



그렇다고 사진 생활을 부족하게 한건 아니었다. 오랫동안 올림푸스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였고 가격, 성능, 만듦새 모두 만족스럽게 사용했었다. 하지만 판형에서 오는 한계는 명확했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올라가는 감도, 손떨림에 풀프레임에 대한 목마름은 계속 있었고 그러던 어느 토요일 아침, 카메라와 렌즈를 할부로 긁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은 예고 없이, 정말 계획 없이 찾아온다.)

 

그렇게 갑자기 우연히 왔다

 

주말 동안 택배를 기다릴 수 없어 직접 수령이 가능한 매장을 찾았고 바로 집 근처 테크노마트에서 직접 수령하는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재미있었던 건 카메라 직원의 ‘카메라 박스를 버려드릴까요’라는 질문이었는데 알고 보니 와이프 몰래 카메라를 구입하시는 유부남들이 종종 하는 부탁이라 물어보셨다는..(대한민국 유부남 파이팅..) 그리고 그렇게 1년 반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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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무겁긴 하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소니 a7시리즈가 풀프레임 카메라에서는 경량화를 한 라인이지만 아무리 바디가 경량화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같이 사용하는 렌즈가 무거우면 무거운 건 똑같기에 생각보다 묵직했다. (바디의 무게보다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화각대의 렌즈 무게를 고려하는 게 더 현명하다.) 제품 마감은 좋은 편이다. 유격이나 단차는 찾기 힘들고 조작부, 버튼 느낌도 훌룽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조작하는 맛이 있다.

 

제대로 된 손맛을 제공한다.


IT 관련 디바이스들이 하나같이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추구하지만 디카는 고급형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바로 손맛 때문이다. 노출을 터치로 조작하는 것과 직접 다이얼로 조작하는 것은 실제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단순히 조작할 수 있는  버튼, 다이얼 수뿐만 아니라 버튼의 질감, 다이얼을 돌릴 때의 느낌도 이 사진 찍는 손맛에 매우 큰 영향을 주며 고급형의 제품일수록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쓴다. a7m3도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풀프레임 라인 답게 찍을 때의 손맛은 좋은 편이다.  


약간 변태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손맛의 연장에는 셔터 소리도 한몫한다. 셔터를 누를 때 셔터막이 올라갔다 내려올 때의 소리를 말하는데 이게 브랜드별로, 라인별로 조금씩 다르다. 그동안 다양한 똑딱이 카메라(렌즈 고정형으로 보통 전자식 셔터를 사용해서 셔터 소리가 없다. 스피커로 인위적으로 내기도 한다.)를 사용하면서 결국 다시 렌즈 교체형 카메라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셔터 소리였다. a7m3의 셔터 소리는  내 기준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확실하게 사진을 찍는 느낌을 소리로 전달해준다.  

 

열고 닫힐 때의 소리가 참 괜찮다.

 


반면 그립감은 다소 아쉬웠다. 이 또한 사진 찍는 손맛에 중요한 부분인데 실제로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를 보는 시간보다 카메라를 그냥 들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기본 그립감도 매우 중요하다.


이 제품의 경우 소형화를 위해 전체적인 부피를 줄였고 그로 인해 손에 쥐었을 시 새끼손가락 위치가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단에 플레이트를 붙이는 것으로 보완을 하였지만 금속 재질의 플레이트는 무게를 늘리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늘어난 무게보다 안정적인 그립감이 더 중요하기에 계속 부해서 쓰고 있다.

 

중국제 플레이트. 품질은 좋다.

 


전체적으로는 딱 카메라스러운 디자인이다. 누가 봐도 카메라, 그리고 만듦새에서 주는 만족감이 높은 카메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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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기능, 부족한 촬영 실력”


소위 아웃포커싱이라고 불리는 얕은 심도의 사진에 큰 욕심은 없었다. 판형이 작은 카메라에서도 충분히 배경을 날릴 수 있었기에 오히려 그보다는 고감도에 대한 목마름이 훨씬 컸다. 역시 소문대로 고감도 기능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6400에도 힘들었던 올림푸스에 비해 25600까지도 넓은 아량으로 봐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이 놀라웠다.

 

전자식 뷰파인더의 이질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다음으로는 AF 기능이었다. 제품 출시 때 가장 주목받았던 기능이 바로 AF였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주목받을만한 기능이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 뛰어다니는 모습을 담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기존 카메라도 AF가 물론 있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는 연사로 우연을 가장한 사진을 건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런 사진을 건질 확률이 대폭 높아졌다. a9과 같은 플래그십의 경우는 더 뛰어나다고는 하나 a7m3도 AF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나는 사진, 다른 하나는 영상 전용으로 사용한다.

 


사진만큼 영상도 자주 찍기에 이를 따로 저장할 수 있는 듀얼 메모리 슬롯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4k 화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아쉽게도 30 프레임까지 밖에 지원을 하지 않아 영상 중간중간에 슬로우 모션을 사용하기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Full HD로 찍기에는 4K 화질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


참고로 이 제품은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상대적인 것 같다. Full HD 화질 자체가 좋지 않기보다 4K 화질이 너무 좋아서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는 듯하다. 아무튼 무조건 4K로 촬영하는 것을 추천한다. 슬로모션은 프리미어에서 어설프게나마 기능을 지원하니 아쉬운 대로 활용 가능하다.

 

너무나 과분한 녀석..

 


예상은 했지만 가지고 있는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전반적인 성능은 차고 넘친다. 카메라 메뉴에서 터치가 안되거나 메뉴 UI가 너무 복잡하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카메라 자체의 기능에는 정말 지금까지 써본 바디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이게 가장 비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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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취미”


오디오, 낚시, 카메라, 오토바이.. 흔히 이야기되는 유부남들이 가져서는 안 될 취미들이다. 아마 저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돈도 돈이지만 가족과 떨어진 채 혼자서 하는 취미라는 인식이 더 크다고 본다. 게임을 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운동에도 소질 없는 내게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현재로서는 사진 찍는 것 밖에 없다. 여행을 가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그것을 정리하고 같이 공유하는 즐거움이 꽤나 쏠쏠하다.

편리한 usb-c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바탕으로 내 아이들은 내가 찍어준다는 나름의 철칙도 만들어 지켜나가고 있다. (왠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기가 싫다.) 나 혼자만의 취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공유를 통해 같이 즐거울 수 있기에 와이프에게 허락을 받은(이런 걸 윤허라고 해야 하나…) 취미가 바로 사진이고 a7m3을 구입할 때도 큰 반발(?)은 없었다.  

 

스위블이 안 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꽤 괜찮은 취미지만 요즘 들어 카메라의 무게로 인해 사용 빈다 줄어드는 점이 고민 아닌 고민이다.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웬만큼 잘 나오기에 짐을 줄여야 하는 외출인 경우 잘 안 들고나가게 된다. 가벼운 무게에 혹하면서도 사진 찍을 때의 손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욕심쟁이도 이런 욕심쟁이가 없다. 가지고 다니는 게 부담스럽지만 막상 사용하고 나면 항상 만족을 주는 게 a7m3인듯 하다.

조금은 무거워도 부지런해지자.

 

누군가 그랬다.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가까이 있는 카메라라고. 조금은 벅찰 때도 있지만 늘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취미를 즐겨야겠다. 당장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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