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보급형이라 하지 않는다 - 아이패드 7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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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왜 7세대?
급하게 아이패드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물론 민원인은 와이프다.) 주용도는 pdf 필기 및 관리였기에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 1. 용량은 64기가 이상
- 2. 성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음
- 3. 저렴 저렴 저렴
위 조건을 만족하는 라인은 아이패드, 그리고 에어 3세대 정도가 있었다. (물론 마음은 항상 아이패드 프로였지만..)

두 개를 비교하니 15만 원의 차이가 참 애매하게 느껴졌다. 애플 펜슬 1세대 사용과 60Hz의 화면 주사율 기준의 애플 펜슬 1세대의 사용성은 크게 차이가 없을 듯하였고 용량도 7세대가 2배 크지만 디스플레이의 라미네이팅, 트루톤 기능 유무와 더 고성능의 프로세서, 조금 더 날렵한 디자인 등 15만 원의 차이는 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으로서 좀 불분명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어가 보게 된 애플 공식 홈페이지. 대체적으로 애플 공식 홈페이지는 교환, 환불에 대한 걱정이 없지만 온라인 마켓보다 비싼 가격으로 한 번도 제품을 구매해본 적이 없다. 다만 여기에 있는 애플 공식 리퍼비쉬 제품의 경우 자체 검수를 통해 거의 새 제품급을 구매할 수 있고 정말 우연히 들어가 봤는데.. 헉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가격을 보고야 말았고 처음으로 애플 홈페이지에서 결재를 하게 되었다. (역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건 언젠가 빛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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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커진 모양
아이패드 7세대가 나왔을 때 사실 6세대 대비 달라지지 않은 칩셋으로 욕을 먹기도 했지만 화면이 커졌다는 점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거 같다. 근데 막상 받아보니 기존의 9.7인치 화면 대비 사이즈가 꽤 많이 체감되는 수준이었다. 단순히 화면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양옆의 베젤은 더 줄어들어서 보급형 디자인이 아주 조금은 중급 기화된듯하다. 덕분에 주 목적인 pdf를 볼 때 조금 더 a4용지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멀티태스킹을 할 때에도 조금이라도 커진 화면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물론 물리적인 부피와 무게의 증가를 피할 수는 없지만 pdf필기, 뷰어의 목적이 기존의 두꺼운 책을 대체하는 데 있기에 상대적으로 늘어난 무게와 부피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전공서적 하나만 해도 무게가..)

이제 막 8세대가 나왔고 칩셋의 변화로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지만 7세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A10칩셋은 예상대로 주어진 활용에는 충분한 성능이다. 웹서핑, 필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늘 그랬지만 애플은 전세대의 제품을 사는 게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브랜드다. 마치 보급형이라는 말을 재정의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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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보급형인 만큼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긴 하다. 그중 이 아이패드의 구매 목적을 기준으로 가장 큰 아쉬움은 화면이었다. 화면의 색온도를 조절해주는 트루톤이야 그렇다 쳐도 라미네이팅 처리는 필기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라미네이팅은 대충 lcd패널과 손가락이 닿는 유리 패널의 간격을 없애는 과정이고 대표적인 보급형과 고급형의 제품을 나누는데 쓰이는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콘텐츠의 소비용으로 사용할 때는 라미네이팅 처리 유무가 크게 와 닿진 않았는데 애플 펜슬과 함께 사용을 하다 보니 그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졌다. 펜슬로 선을 그렸을 때 펜이 닿는 곳과 실제 선이 그려진 화면에 갭이 존재하게 되는데 연필, 볼펜 등을 사용하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현상이라 그 이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특히 필기를 하는 경우 시야의 정면에서 하는 것이 아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친 상태에서 펜슬을 사용하게 되면 대각선의 시각에서는 그 차이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애플 펜슬의 무게 또한 이런 이질감에 한몫한다. 애플 펜슬의 경우 펜에 전원이 공급되어야 하는 기술방식으로 인해 무게가 무거운 편인데 우리는 그동안 이 정도 무게의 펜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쓸 때의 경험과는 이래저래 차이가 많이 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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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경험의 디테일
결론적으로 제품 구입 목적에는 아주 잘 사용을 하고 있다. (아주 만족해하신다.) 제품 자체보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구매 경험이었다.
우선 애플 공식 홈페이지는 제품의 판매보다 제품의 소개에 집중되어있다. 판매채널이 다양하기에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구매가 일어나야 하지 않아도 됨을 애플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구매를 해보니 여타 다른 커머스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주문, 주문 확인, 주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렇게 전달된 리퍼비쉬 제품 또한 패키지부터 배송(배송은 페덱스에서 한다)까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문자메시지였다. 어떻게 보면 다소 어색한 번역의 결과라고 느낄만한 메시지였지만 여타 다른 커머스의 문자 서비스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톤이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같지만 어떤 톤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경험은 매우 다르게 된다.

제품의 탐색부터 주문, 결제, 배송, 패키지, 그리고 제품, 그 안의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애플이 만들어 놓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안 그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애플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애플 너란 녀석..)

제품의 성능, 구매 경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우리는 이 아이패드를 보급형이라고 흔히 부르고 있지만 애플 홈페이지에는 보급형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아마도 애플은 이 제품을 보급형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싸니까 감수하면서 써야 하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그 포지션에서 가장 최선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아이패드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