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라디오 - 티볼리 모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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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저 가격인가?
노래를 듣고 싶지만 딱히 특정 노래가 생각나지 않을 때, 집안일을 하거나 업무를 할 때 뭔가 듣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수단은 라디오다. 텔레비전이 세상에 나올 때, 인터넷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개 칠 때도 오히려 거꾸로 인터넷 라디오라는 장르를 만들어내는 저력은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라디오의 가장 큰 강점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매체라는 점이다.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사람은 있어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공부하는 건 매우 어렵다.)
어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곳에도 꽤 유명한 커피집이 있다. 유명세로 인해 카페 문밖에서도 느껴지는 커피 향, 간결한 인테리어, 그리고 선반에 놓인 티볼리 오디오. 사실 이 모델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 소리를 들어본 건 그 카페가 처음이었다. 비록 사운드가 엄청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 사이즈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음질,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었다. 그리고 가격을 찾아본 순간
아무리 디자인이 이뻐도 정말이지 아직까지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가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 속에만 담아두었던 그 라디오를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덜컥 구매하게 되었다. (아마 그때 아니었으면 지금도 군침만 흘리고 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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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에는 살짝 못 미치는 마감
우리가 흔히 보아온 라디오와는 구성이 조금 다르지만 이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도 이게 라디오라는 것을 쉽게 알 만한 디자인이다. 주파수를 조절하는 인터페이스는 보통 숨겨져 있거나 작은 노브를 사용하는데 반해 이 제품은 스피커 그릴과 동일한 사이즈의 대형 노브로 라디오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클필요가 있겠나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피커와 대칭으로 구성되어 티볼리 오디오의 가장 중요한 디자인 아이덴티티 역할을 한다.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는 실제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mdf처럼 나무처럼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무다. 나무의 느낌은 좋으나 테두리 부분이 그리 매끄럽지 않게 되어있다. 아쉬운 부분이다.
세 개의 노브와 스위치는 이 라디오 인터페이스의 최고 정점이라 생각한다. 모드의 변경, 볼륨의 변경, 주파수의 변경 이 세 가지 작동방식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전원 및 모드 스위치는 걸림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볼륨 노브는 매우 부드럽고 세밀하게 움직인다. 인상적인 건 주파수 노브인데 크기도 크기인 만큼 부드럽게 돌아갈 거라 예상은 안 했지만 굉장히 빡빡하게 돌아간다.
주파수를 맞춘다는 건 아날로그 신호들의 어느 지점을 지정하는 행동이다. 디지털로 세분화할 수 없는 그 미묘한 주파수의 차이를 빡빡한 노브로 조정할 수 있다. 라디오가 손맛을 주는 셈이다.
해외 직구로 산 제품이라 110 볼트 전용으로 되어있어 별도의 변압기가 필요하지만 다행히 12 볼트 어댑터도 가능하다. 꽤나 대중적인 어댑터, 단자를 지원하기에 쉽게 전원 공급을 할 수 있다. (근데 난 그걸 모르고 덜컥 변압기부터 사버렸다..) 안테나는 본체 내장형과 외장 안테나를 지원하는데 내장 안테나의 성능이 괜찮은 편이다. 다만 내가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신호가 조금 약해서 외장 안테나로 사용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속에서 감각적인 대칭 구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다만 비상식적인 국내 가격을 기준으로는 그 가격대의 퀄리티에는 약간 못 미친다. 최소한 이 가격대면 숫자에 음각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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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만 된다. what else?
침실도 좋고 거실도 좋지만 난 이놈을 주방에 놓고 쓰고 있다. 설거지할 때는 어김없이 전원을 켜놓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라디오를 들으면서 설거지가 가능한, 멀티태스킹이 가능 한셈이다. 소리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적긴 힘드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듣는 깨끗하고 정제된 소리들 (지지직 거림이 없는 소리)과 달리 약간의 잡음을 쉽게 들을 수 있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스테레오는 아니지만 비교적 큰 유닛과 바닥의 덕트의 조합은 소름까지는 아니지만 '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소리를 들려준다.
차에서나 오디오로 라디오를 들을 때 흔히 preset이라는 기능을 통해 여러 채널을 미리 등록해놓고 손쉽게 채널을 바꿔가면서 듣곤 한다. 하지만 모델 원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안 그래도 빡빡한 노브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채널을 한 번에 딱딱 맞추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 덕분에 그전과 달리 하나의 채널만 주로 듣게 되었고 라디오라는 오직 한 가지 기능을 한 개의 채널로만 주로 즐기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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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간결한 아날로그
스마트 워치를 포기하고 다시 구입한 전자시계가 그랬고 멋들어진 정장에도 낡은 백팩을 사용하는 영국 사람들이 그랬듯이 제품을 묵묵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최신 기술로 다양한 기능을 손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지만 하나의 기능을 묵묵하게 할 수 있는 제품들이 요즘 들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이 들었다는 증거인가..)
그리고 모델 원도 그런 제품 중 하나일 듯싶다. 단순한 구조, 단순한 기능으로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십 년 이상은 사용할 듯하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노리는 것을 추천한다.
티볼리오디오 모델원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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