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펜 처럼 생기면 더 잘 쓸까?
블로그를 맨처음 시작할때 다뤘던 갤럭시 탭 a 8.0 with s pen (하..진짜 네이밍 한번)을 아직도 잘 쓰고있다. 아이패드니 갤럭시니 저마다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이 사이즈의 적당한 태블릿은 없어보인다. 본래 필기를 목적으로 산 제품이 아니기에 spen을 기믹적인 요소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간간히 필기 (정확히 말하면 끄적거림)를 하다보니 얇디 얇은 spen이 자꾸 거슬리기 시작했다.
노트시리즈도 그렇고 펜을 본체에 수납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얇은 펜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쓸때마다 드는 아쉬움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고 급기에 spen 호환 제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거 예약구매자에게 뿌렸던 라미(LAMY)사의 spen 부터 스테들러의 spen까지 조금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조금 더 두꺼운 펜을위해 거의 5만원의 돈을 쓰고싶지 않았다.
그러던중 갤럭시 노트 7 출시당시 나왔던 제품 중 spen plus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고 2만원 이내의 가격에 바로 구매를 하게되었다. 단순히 좀 두꺼운 spen을 써보고 싶어서 (정말 하찮은 구매 동기다.) 지르고 말았다.
과연 더 괜찮은 필기를 할 수 있을까? 나아가 메모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뭐야 이거..
박스는 나름 고급졌다. 얼핏보면 삼성 공식 악세사리인가 싶을정도지만 일반 써드파티 악세사리였다. 제품의 특징으로는 spen과 일반 볼펜을 양쪽에 탑재해서 다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도 꽤나 잘 쓸거 같아서 기대를 한 부분이었는데 아뿔싸…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가장 짧은 펜을 접하게 되었다. 이건뭐 그냥 몇글자 쓰면 없어질거 같은데 그와중에 여분의 펜심도 넣어주셨다.
재질은 박스이미지와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은 전혀 안든다. 판촉용으로 나눠주는 재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라미나, 스테들러는 이쁘기라도 하지만 이 제품은 디자인, 재질 어느것하나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된다.
그래서 드는 궁금증, 다른 제품보다 싸긴하지만 이 재질에 이정도 마감에 2만원이 적당한것인가? 왜 2만원이나 하지? 이에 대한 답은 제품 내부에 있었다. 제품 상단을 돌돌 돌려서 빼면 진짜 spen이 그냥 들어있다. (헐…) 즉 다른 호환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일반 spen에 하우징 정도만 씌어놓은 제품이었다.
진짜 spen이 들어있다는것을 알게되니 제품 가격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spen을 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으니 저급 품질의 하우징이긴 하지만 납득이 되었다. (참 쉽다..)
필기가 아니라 그림이네
제품의 기능이라고 해봐야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spen과 동일하니까. 차이점이라곤 오직 그립감. 확실히 두꺼워지니 spen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필기를 할 수 있다. 펜촉도 기존 spen과 동일하니 차이점도 없고 펜 버튼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제품 재질이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이지만 덕분에 무게 증가도 거의 없어서 일반 볼펜 수준의 무게감으로 필기를 할 수 있다.
사실 필기를 잘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산 제품이지만 좀더 진짜 펜처럼 쓸 수 있게되니 필기를 더 잘해보자가 아니라 드로잉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앱들을 설치하고 (디자인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난 그림을 잘 못그린다. 디자이너라고 그림을 잘그릴거란 고정관념이 빨리 없어지길..) 사용을 해보니 필기보다 오히려 드로잉할때 더 만족감이 높았다.
보급형 디바이스라 드로잉 앱이 좀 버거울 줄 알았지만 다행히 무난히 사용 가능했다. 드로잉에 자신없는 나에게 소심하게 드로잉 하기에는 8인치의 크기도 적당했다. (멀리서 보면 그림을 그리는건지 끄적거리는건지 구분이 안된다.)
그런데 대체가 되지 않았다. 왜?
이 제품을 산 목적은 2가지였다. 첫번째는 좀더 두꺼운 spen 사용 경험, 그리고 필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다보면 과연 메모지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
두꺼운 spen으로 드로잉을 새롭게 경험했지만 메모지는 대체되지 않았다. 필기를 하는 경험 자체는 종이와 거의 흡사해졌는데 대체 왜일까?
전체 경험을 기준으로 볼때 메모지를 사용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돌아다니는 메모지를 발견한다.
(2)펜으로 그쩍거린다.
(3)이 중 필요한 내용을 에버노트로 옮긴다.
이를 똑같이 갤럭시 탭으로 하게된느 경우
(1)책상위의 태블릿을 발견한다.
(2)꺼짐 화면 메모를 통해 바로 끄적거린다.
(3)이를 삼성노트에 저장한다.
(4)노트를 보면서 에버노트에 옮긴다. 가 된다.
문제는 (4)에서 발생한다. 끄적거린 내용을 보는 과정이 번거롭다. 메모지에 있는 내용은 눈길을 주는것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삼성노트에 있는 내용을 보려면 태블릿의 잠금을 풀고 앱을 실행시키고 목록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이 부분이 메모지 대비 너무 번거로운것이다.
기존 경험을 대체한다는 시각에서 볼때 앞서 이야기 했던 스마트 워치와 비슷한것 같다. 스마트워치에서 기존 경험에는 없었던 충전의 불편함이 문제였다면 spen plus의 경우 정보의 후처리가 문제가 된것이다. 갤럭시 탭의 꺼진화면에서 메모하는 기능 (이 기능은 정말 잘 만들었다)처럼 꺼진화면에서 메모를 바로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대체를 할 수 있을것 같다.
또 드는 생각이지만 경험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험을 해쳐선 안된다는것을 느끼게 해준 제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일반 spen으로도 필기 잘하고 그림 잘그리는 사람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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