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계라는게 있다던데..
나는 평소에 시계를 잘 차고 다니는 편이다. 첫번재 목적은 물론 시간, 날짜, 그리고 요일의 확인이고 두번째는 손목이 가는편이라 뭐라도 차고 싶은 마음에 자주 찬다. 단 조건이 있다. 시계가 가벼워야 한다. 노트북을 자주 쓰기에 메탈 재질의 밴드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고 (그래서 예물시계는 정말 결혼식 갈때만 사용한다.) 헤드가 무거운 경우 손목에 부담이 느껴져서 가벼운 시계를 좋아한다. (정말 깐깐하다.)
위 조건을 만족했던 g-shock 손목시계를 몇 년간 잘쓰다 잃어버리게 되었다. (정말 나는 평생 이 시계만 사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가벼운 시계를 다시 구입하고자 하던 중 그동안 궁금했던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한번 사보기로 한다.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기능이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생활에서 어떤 경험을 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맨 처음 구입한건 샤오미 미밴드3였다. 나름 화면도 달려있고 시계기능은 물론 알림기능, 각종 헬스정보도 어느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알림기능이었다. 디바이스를 꺼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는건 분명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곧 작은 화면, 낮은 시인성 (대낮에는 거의 안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계같지 않은 디자인으로 시계같은 (?)스마트 워치를 찾게되었고 마침 새로나온 갤럭시 워치 액티브 (이름이 무시무시하다)를 구매하게 되었다.
시계다워 지면 좀 나으려나?
이제 시계를 찬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 조금 저렴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아무래도 외부 베젤이 두꺼운편이라 더 그런거 같다. 대신 그만큼 가벼운 무게, 고무재질의 스트랩은 데일리용으로 사용하는데 정말 딱이었다. 뭐 만듦새도 이정도면 훌륭하다.
미밴드보다 커진 화면으로 다양한 워치페이스를 넣을 수 있고, 카톡 답장을 할수도 있으며 추가 앱을깔아서 계산기, 타이머, 심지어 웹서핑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헬스트래킹은 물론이다.
지금 저 스마트워치 대신 전자손목시계를 차고있다. 저런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며 요즘 시대의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어디다 두고? 아직 팔지는 않았지만 책상 서랍에서 고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한동안은 다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는 않을거 같다. 한마디로 ‘시계 다워졌음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였다’
스마트워치와 그냥 워치
스마트워치와 그냥 워치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 알림기능과 헬스 트래킹 기능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기능을 원했던 걸까? 우선 헬스 트래킹 기능은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나에게는 처음부터 관심 밖의 기능이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알림기능? 처음에 신기한 기능이기도 했고 혹자는 스마트워치가 생겨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었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경험이었다.
스마트워치의 알림기능은 말그대로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디바이스에서 확인, 알려주는 기능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알림의 중복이고, 또 한가지는 정보의 한계다. 스마트폰의 알림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는 말은 스마트폰도 울리고, 스마트워치도 울린다는 말이된다. 두개 중 하나만 알림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글쎄, 적어도 나의 경우 알림을 놓치지 않아서 좋다는 경험보다 알림을 중복으로 확인했던 경험이 훨씬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받은 알림은 무언가 왔다는것만 인지할 뿐 전체 알림 정보는 반드시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야 한다.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제공되는 정보의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이는 스마트폰의 상태바에 있는 앱 아이콘과 같다. 뭔가 온것만 알 수 있을 뿐 무엇이 왔는지는 결국 다시 확인해야한다.
그렇다면 이 알림기능은 과연 내가 원했던 기능이었을까? 결론은 아니다 였다. 스마트워치를 서랍속에 넣으면서 깨달았던건 내가 원했던건 시간, 요일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이 메인이었고 스마트폰의 알림기능은 서브중의 서브였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필요로하는 기능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스마트 워치를 굳이 서랍속에 넣을 필요는 없었다. 스마트 워치도 시계, 요일 표시는 정말 끝내주게 잘해주었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였다.
제품을 작고 가볍게 만드는 목표를 가질때 보통 배터리가 가장 먼저 희생되곤 한다. 이는 스마트워치도 다르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스마트워치도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배터리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의 경우도 최대 2일까지만 사용이 가능하기에 퇴근을 하거나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과 함께 꼭 충전을 해줘야 한다.
그나마 스마트폰은 충전할 수 있는 장소, 방법이 다양하기라도 하지 스마트 워치의 경우 아직 충전 단자의 규격화가 되지 않아 전용 충전 모듈이 아니면 충전은 포기하는게 낫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무선충전은 이야기 하지 말자. 이건 그냥 기믹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못쓴다.)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충전하는게 어느정도 적응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점점 스마트워치에 기대하는 기능이 기본 시계 기능으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번거롭게 자주 충전하는 경험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손목의 시계는 싸구려 전자시계에서 최근에 다시 g-shock으로 돌아갔다. (이 시국에 casio라니…)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롭게 개발되는 전자제품은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스마트폰 처럼 기존에는 제공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스마트 워치,무선 청소기, 무선 이어폰 처럼 기존에 존재한 경험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덧붙이는 형식의 제품이다.
전자인 경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기존 경험대비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어느정도 수긍이 가능하고 계속 개선된 제품이 나오곤 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무게, 속도, 배터리, 부가기능등 매번 개선되는것과 같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런 제품들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기존의 경험보다 떨어지는 경험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무선 이어폰은 기존의 이어폰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음질을 들려주고 있으며 무선 청소기의 경우도 기존 유선 청소기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흡입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는 기존 손목시계를 사용했을때 신경쓰지 않았던 배터리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부가 기능과 디자인으로 덮으려고 하는 모양새 처럼 보인다.
더 나은 경험은 기존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만들어진다. 스마트 워치는 지금 그걸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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